Page 154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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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뜻은 다름이 아니라 토끼는 음(陰)에 속한 동물이다.중추
                 절에 달이 뜨면,입을 벌려 달빛을 삼키고 바로 새끼를 배어 입
                 으로 낳는다 하니,이 또한 달이 뜨면 새끼가 많고 없으면 적게
                 낳는다는 것이다.
                   그 옛사람의 대답에는 잡다함이 없으니 그저 그 뜻만을 빌려
                 서 반야의 광채에 답변했을 뿐이다.그래서 그 뜻은 언구에 있

                 지 않았는데,후세 사람은 그저 언구 위에서 살림살이를 한다.
                   듣지 못하였는가,반산(盤山)스님의 말을.

                     마음 달 오롯이 둥글어
                     빛이 만상을 삼키었다.
                     빛은 경계를 비추지 않고
                     경계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빛과 경계를 함께 잊으니

                     도대체 어떠한 물건일까?

                   요즈음 사람들은 눈을 똑바로 뜨고 이를 빛이라 말하는데,
                 이것은 알음알이로써 이해하는 것으로 마치 허공에 말뚝을 박
                 는 꼴과 같다.
                   옛사람의 말에 “그대들의 육근(六根)의 문에서 주야로 큰 광
                 명이 쏟아져 나와 산하대지를 비추나니,안근(眼根)에서 광명이
                 쏟아질 뿐만 아니라 코․혀․몸․의근(意根)모두에서 광명이

                 쏟아져 나온다”고 하였다.여기에 이르러서는 곧바로 6근을 하
                 나로 뭉뚱그려 눈꼽만큼의 일도 없이 말끔히 훌훌 벗고 텅텅
                 비어 씻은 듯이 되어야 이 화두의 귀착점을 볼 수 있다.설두스
                 님은 바로 그랬기 때문에 송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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