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P. 157
벽암록 下 157
여겼기 때문입니다.”
“ 나는 일찍이 반야에 대하여 한 글자도 설하지 않았는데 그
대는 무엇 때문에 찬탄하는가?”
“ 존자께서는 설하심이 없었고 저도 들음이 없었습니다.설하
심도 없고,들음도 없는 이것이 진실한 반야입니다.”
그리고 다시 대지를 진동하며 꽃비를 내렸다 한다.
이를 살펴보면,수보리는 반야를 훌륭히 설하였지만,반야의
‘체’와 ‘용’은 설하지 않으셨다.이를 볼 수 있다면 바로 지문스
님의 “조개는 밝은 달을 머금었고,토끼는 새끼를 뱄다”는 화두
를 알 수 있을 것이다.옛사람의 뜻은 언구에 있진 않으나 대답
에는 깊고도 심오한 종지가 담겨 있는 것을 어찌하랴.
설두스님이 “조개는 머금고 토끼는 새끼를 뱄다는 깊고 깊은
뜻이여”라고 말하니,여기에 이르러서는 일찍이 선가(禪家)와
더불어 법전(法戰)을 한 것이다.천하의 선승들이 법석을 떨면
서 이러쿵저러쿵하지만 결코 한 사람도 꿈속에서마저 보지 못
하였다.지문스님․설두스님과 동참하고 싶다면 반드시 스스로
가 착안하여야 할 것이다.
불과원오선사벽암록 권제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