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0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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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후미진 곳에서 관리를 욕하는구나.신랄하게 욕해서 뭘 하겠다는 거
냐.
설두스님은 이를 염하셨다.
“고생을 했지만 공로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이 말을 한 설두스님도 마찬가지로 그렇다.서른 방망이를 먹여라.
분명하다.
평창
염관스님이 하루는 시자를 불러 “무소뿔 부채를 가져오라”고
하셨다.‘이 일’은 언구상에 있지는 않으나,사람의 평소의 생각
과 행동거지를 시험하려면 또한 반드시 이 같은 말을 빌려 나
타내야 한다.
섣달 그믐(죽는 날)에 이르러 힘을 얻고 주인공 노릇을 하면
갖가지 경계에 부딪쳐도[摐]*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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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용이 없는 작용이며 힘이 없는 힘이라 한다.
염관스님은 바로 제안(齊安)선사이다.예전에 무소의 뿔로 부
채를 만들었는데,당시 염관은 무소뿔의 부채가 부서져 버린지
를 모를 턱이 없었다.고의로 시자에게 물었던 것인데 시자는
“부채가 부서져 버렸다”고 말하였다.저 옛 분들을 보면 하루종
일 항상 자기의 본분에 관계시켰던 것이다.
염관스님께서는 “부채가 부서졌다면 나에게 무소를 되돌려다
오”라고 말하였는데 말해 보라,그는 무소를 가지고 무얼 하려
고 했던가를.그저 상대가 귀착점을 알고 있는가를 시험하려고
한 것일까?
투자스님이 “사양치 않고 가져다 드리겠습니다만 뿔이 온전
*摐:七자와 恭자의 반절.부딪친다[撞]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