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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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했다 하면 백발백중하여 반드시 몸을 벗어날 길이 있었으
며 구절마다 혈맥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사람은 물었다 하면 그저 이러쿵저러쿵 계교
를 지을 뿐이다.이 때문에 하루종일 언구를 되씹으면서 끊임없
이 증오처(證悟處)를 구하려고 한다.
설두스님께서는 이를 하나로 꿰어서 송하였다.
송
무소뿔 부채를 오랫동안 써 왔건만
-여름이 되면 시원하게 해주고 겨울이 되면 따뜻하게 해준다.사람마
다 이를 모두 갖추고 있는데,어째서 모르는 것일까?어느 누가 일찍
이 사용하지 않았으랴.
물으면 의외로 아무도 모르네.
-알기는 알았으나 깨치지는 못하였다.사람을 속이지 않았으면 좋겠
다.그러나 남을 이상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무한한 맑은 바람과 뿔이
-어느 곳에 있느냐?자기의 분상에서 이해하지 않고 어느 곳에서 이
해하려 하느냐.천상천하 (모두가 무소뿔 부채)이다.뿔이 다시 돋았
다.이는 무엇일까.바람도 없는데 파랑을 일으켰다.
구름과 비와 똑같아 뒤쫓기 어려워라.
-아이고,아이고!돈 잃고 벌까지 받는군.
설두스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맑은 바람 다시 되돌리고 뿔을 다시 돋아나게 하려거든
-사람마다 무소뿔 부채를 가지고서 하루종일 모두 그 힘을 받고 있으
면서도,무엇 때문에 물으면 모두가 모르는 것일까?말할 수 있겠느
냐.
선객(禪客)들이여,각각 휙 뒤집어 놓는 한마디를 해보라.”
-그래도 염관스님이 있었군.세 번 뒤집어 놓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