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1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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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161


                 치 못할까 염려스럽다”고 말하자,설두스님은 “나는 온전치 못
                 한 뿔을 필요로 한다”고 하셨다.이 또한 언구에서 당면한 문제
                 의 핵심에 바로 투합된 것이다.석상스님이 “스님에게 되돌려줄
                 것은 없다”고 하자,설두스님께서 “무소는 그대로 있지”라고 하
                 셨다.
                   자복스님이 일원상을 그리고 그 가운데 하나의 소 우(牛)자

                 를 쓴 것은,그는 앙산의 법을 계승한 자로서 평소 주위의 사물
                 을 예로 들어 사람을 제접하면서 ‘이 일’을 밝히기 좋아하였기
                 때문이다.설두스님은 이에 대하여 “조금 전엔 무엇 때문에 가
                 지고 나오질 않았더냐”라고 말씀하셨다.이 또한 그(자복스님)
                 의 콧구멍을 뚫어 버린 것이라 하겠다.
                   보복스님은 “스님께서도 춘추가 높으시니 따로 사람에게 청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하였는데,이 말은 온당하다 할 수
                 있다.앞의 세 스님(투자․석상․자복)의 말은 이해하기 쉽지만

                 이 한 구절은 깊은 뜻이 있었다.그러나 설두스님은 이것도 타
                 파해 버렸다.
                   산승은 지난날 경장주(慶藏主)의 처소에 있으면서 이를 이해
                 하고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스님께서 춘추 높으시고 늙으시어 처음은 기억하시나 끝은
                 잊어버리신다.조금 전에 부채를 찾다가 이제 무소를 찾으니,
                 시봉하기가 퍽이나 어렵다.그러므로 따로 사람에게 청하는 것

                 이 좋겠다.”
                   한편 설두스님은 “고생은 했지만 공로가 없는 것이 안타깝
                 다”고 하셨다.
                   이 모두가 하어(下語:설명)하는 격식들이다.옛사람은 이 일
                 을 사무치게 보았으므로 비록 각자의 말들이 똑같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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