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4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P. 164
164
“없습니다.”
“ 평소에 무얼 가지고 차를 마시지?”
그러자 무착은 아무런 답이 없었다.
이 공안의 귀결점을 알 수 있다면 무소뿔 부채에 한량없는
맑은 바람이 담겨 있고 무소의 뿔이 우뚝우뚝 솟아 있는 것도
보게 될 것이다.
네 늙은이가 이처럼 말한 것은 마치 아침에 피어오르는 구름
과 저녁에 내리는 비처럼 한 차례 스쳐 가버리면 다시 쫓기 어
려운 것과 같다.
설두스님께서 다시 “맑은 바람 다시 되돌리고,뿔을 다시 돋
아나게 하려면,선객들이여,각각 휙 뒤집어 놓는 한마디를 해
보시오”라고 말한 뒤에 “부채가 부서졌다면 무소를 되돌려다
오”라고 하자 그때 한 선객이 나오면서 말하였다.
“대중들아,좌선하러 가자.”
이 스님은 주인의 권한[權柄]을 빼앗아 말하기는 대뜸 말했
지만 열 중에 여덟만 말했을 뿐이다.온전히 말하려 한다면 곧
선상을 번쩍 들어 뒤엎어 버렸어야 할 것이다.여러분은 말해
보라,이 스님은 무소를 알았을까,몰랐을까?몰랐다면 이처럼
말할 수 있었을까?아니 알았다면 설두스님은 무엇 때문에 그
를 긍정하지 않고서,“낚시를 던져 고래를 낚으려 했더니 겨우
새우를 낚을 줄이야”라고 말하였겠는가?
말해 보라,결국 이 무엇일까?여러분은 무심하게 (설두스님
이 말한 것을)참구해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