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6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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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게 말하면 남을 근심케 만든다.북을 치고 비파를 뜯으니 서로를
                 아는 사람들이 만났구먼.


               평창
                   세존께서 영산회상에서의 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여주시기 이
                 전에 벌써 ‘이러한 소식’이 있었다.처음 녹야원(鹿野苑)으로부
                 터 발제하(拔提河)에서 열반하실 때까지,몇 차례나 금강왕 보
                 검을 사용하셨을까?
                   당시의 대중 가운데,납승다운 기상이 있는 놈이 선수를 치
                 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면 세존이 뒷날 염화(拈花)하여 한바탕
                 어지러웠던 일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세존께서 묵묵히 말이 없으시던 사이에 문수에게 한 차례 내
                 질림을 당하시고서 문득 법좌에서 내려오셨는데 그때에 또한
                 ‘이 소식’이 있었다.그러므로 석가는 마갈타국에서 방문을 걸
                 어 잠그고,정명(淨名)은 비야리 성에서 문수의 입을 막았으니,
                 이 모두가 이(아무 말 없었던 것)와 같이 이미 설하여 버린 것
                 이다.
                   이는 숙종(肅宗)이 충국사(忠國師)에게 물었던 “무봉탑(無縫

                 塔)조성”에 관한 화두와 같으며,외도(外道)가 부처님에게 했던
                 “말이 있는 것도 묻지 않고 말이 없는 것도 묻지 않겠습니다”
                 라는 말과도 같다.
                   끊임없이 초월해 가는 사람[向上人]의 경지를 살펴보면,일찍
                 이 몇 번이나 귀신 굴속으로 들어가 살림살이를 하였을까?어
                 느 사람은 “묵묵히 했던 곳에 뜻이 있었다”하기도 하고,어느
                 사람은 “한참 동안 말없이 앉아 있는[良久]곳에 있다.말이 있
                 는 것은 말없는 일을 밝힘이며,말이 없는 것은 말 있는 일을

                 밝힌 것이다.영가스님도 ‘침묵할 때가 말하는 것이며 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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