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1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P. 171
벽암록 下 171
-견본에 따라서 고양이를 그리는구나.과연 잘못 알았다.그림자나 희
롱하는 놈이다.
“요,여우야!”하고 말했다.
-이 은혜를 보답하기 어렵다.32조사가 ‘이것’을 전했을 뿐이다.
평창
서천(西天)의 28대 조사와 당나라의 여섯 명의 조사가 ‘이것’
을 조금 전했을 뿐인데,여러분 또한 귀결점을 알았느냐?알았
다면 이 허물을 면할 수 있겠지만,모른다면 여전히 여우같은
정령이다.어떤 사람은 “이(대광스님의 말)는 콧구멍을 비틀어
서 사람을 속인 것이다”고 하나,참으로 그러했다면 무슨 이런
저런 말이 있을 수 있겠는가?
대광스님은 훌륭하게도 사람을 지도했으니 그의 구절 속에는
몸을 벗어날 길이 있다.종사라면 반드시 사람들의 못과 쐐기를
뽑아 주고,끈끈한 결박을 풀어 줘야만이 비로소 선지식이라 할
수 있다.
대광스님이 춤을 추자 스님은 절을 올리고,끝에 가서 스님
이 춤을 추자 대광스님은 “요,여우야!”라고 하였다.이는 스님
을 (깨달음으로)전변시킨 것이 아니다.결국 정확한 곳을 모른
채 이 스님은 그저 서로 춤을 추기만 하였으니 이랬다가는 어
느 때 쉴[休歇]수 있겠는가?대광스님이 한 “요,여우야!”라는
말은 금우(金牛)스님을 꼼짝 못 하게 한 것으로 기특하다고 하
겠다.그러므로 “활구를 참구해야지 사구를 참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
설두스님은 그의 “요,여우야!”라는 말을 좋아하여 송을 한
것이다.말해 보라,이 “요,여우야!”라는 말이 “지장(智藏)스님
의 머리는 검고 회해(懷海)스님의 머리는 희다”는 것과 같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