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3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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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173


                 없는 옛날부터 밝음을 등지고 어둠 속에 들어가 망상의 뿌리가
                 깊어짐으로써 끝내는 (번뇌를)단박에 뽑기가 어려워지게 되었
                 다.이 때문에 임시로 방편을 베풀어 그대들의 거친 업식(業識)
                 을 제거하고자 한다.이는 마치 누런 나뭇잎을 가지고 어린아이
                 의 울음을 달래는 것과 같고,꿀과자를 가지고 쓴 외와 바꾸는
                 것과도 같다”고 하였다.

                   옛사람은 짐짓 방편을 베풀어 사람을 지도하지만 (어린아이
                 가)울음을 멈추면 누런 나뭇잎이 결코 황금이 아닌 것과 같다.
                 세존께서 일대시교를 설하신 것도 어린아이의 울음을 달래는
                 말씀일 뿐이다.
                   “요,여우야!”라고 말한 것도 그의 업식을 바꾸려 한 것뿐이
                 다.이 말에는 권(權)․실(實)이 있으며 조(照)․용(用)이 있으니
                 납승의 본분소식을 알 수 있다.이를 안다면 마치 호랑이에게
                 날개가 돋친 격이다.

                   “조계의 물결이 이와 같다”는 것은,만일 사방 팔면의 학자
                 들이 그저 모두가 춤을 춘다면 한량없는 괜한 사람들이 집착에
                 빠지게 될 것이니,어떻게 구제할 수가 있겠느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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