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8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P. 178
178
까?”
“ 이는 부질없는 일이다.만일 이를 안다면 바깥에서 온 것이
아니며,모른다면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 내가 그대에게 묻고 싶다.총림의 많은 큰스님들이 그대의
몸 어느 곳을 가리키며 불성(佛性)이라고 말하던가?말을 하는
것이 옳을까,묵묵히 있는 것이 옳을까?아니 말하지도 침묵하
지도 않는 것이 옳을까?또는 모두 옳을까,모두 옳지 않을까?”
그대가 말하는 것이 옳다고 한다면 이는 봉사가 코끼리 꼬리
를 더듬는 격이며,묵묵히 있는 것이 옳다고 한다면 이는 봉사
가 코끼리 귀를 더듬는 격이며,말하지도 침묵하지도 않는 것이
옳다고 한다면 이는 봉사가 코끼리 코를 더듬는 격이며,사물마
다 모두 옳다고 한다면 이는 봉사가 코끼리의 네 발목을 더듬
는 격이며,모두가 옳지 않다고 한다면 본래의 코끼리는 제쳐놓
고 아무것도 없다는 견해에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여러 봉사들이 보는 것은 코끼리의 껍데기를 더듬어
차별이 생긴 것이다.그대가 간절히 알고자 한다면 결코 코끼리
를 더듬어서는 안 된다.보고 느끼는 것이 옳다고 말하지 말며,
또한 옳지 않다고도 말하지 마라.
조사께서는
보리는 본래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 또한 대가 없도다.
본래 한 물건도 없으니
어찌 티끌 먼지에 더럽히리오.
라고 하셨으며,또한 “도란 본래 형상이 없고 지혜가 곧 도이
다”라고 했으니,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진실한 반야’라 한다.
눈 밝은 사람은 코끼리를 보면 그 전체를 알아차린다.부처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