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9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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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179
견성(見性)또한 이와 같다.
온전한 소[全牛]란 장자(莊子)에서 나온 말이다.포정(庖丁)
이 소를 잡는데 결코 소 전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살의 결을
본다.살의 결을 따라 소를 해체하면서 자유로이 칼을 놀리며,
결코 손을 대지 않더라도 보자마자 머리․뿔․발굽․고기가
대뜸 저절로 나뉘어 버린다.이처럼 하기를 19년이나 계속하였
는데도 칼날은 숫돌에서 갓 갈아 온 것처럼 날카로웠다 한다.
이를 두고 온전한 소[全牛]라 말한 것이다.
이처럼 기특하지만 설두스님은 “설령 이처럼 온전한 코끼리
와 온전한 소를 봤다고 하더라도 눈병의 탓임에는 틀림이 없
다”고 하였다.“예로부터 작가 모두가 껍데기를 더듬었네”라는
것은 작가라 하여도 ‘그’안은 더듬을 수 없다.
가섭으로부터 서천과 중국의 조사와 천하의 노스님에 이르기
까지 모두가 껍데기만을 더듬었다.그러므로 설두스님은 지금
“이제 누런 머리의 노인을 보려고 하느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였다.이 때문에 “보려면 바로 보아야지,찾고 더듬으려 하
면 천리 만리 어긋난다”고 하였다.누런 머리의 노인이란 황면
노자(黃面老子:부처)를 말한다.그대들이 이제 그를 보려고 하
는가?“찰찰진진(刹刹塵塵)에서 봤다 해도 반밖에 안 된다”고
하였다.평소에 말하기를 “한 티끌이 한 부처의 세계이며,한
잎이 한 석가이다”라고 하였다.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미세한 티
끌을 한 티끌 속에서 보아도 이러한 때 또한 오히려 중도에 있
는 것이다.어디에 나머지 반쪽이 있을까?말해 보라,어느 곳
에 있는가를.
석가 늙은이도 오히려 모르는데 산승이 어떻게 말할 수 있겠
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