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5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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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185
한다.(용아스님)이리 오너라.
능선객(稜禪客),능선객이여.
-도적을 끌어들여 집안을 망하게 하는구나.시끄러운 저자에 가지 마
라.돈도 잃고 죄를 받으리라.
3월의 우문(禹門)에서 이마만 다쳤구려.
-남에게 양보하는 자는 만 사람 가운데 한 사람도 없다.찍소리 못 하
네.
평창
‘제일의․제이의여’라는 송을 두고 사람들은 제일의․제이의
로만 이해하니,이것이 죽은 물속에서 살림살이하는 것이다.이
알음알이[機巧]로써 제일의니,제이의니를 이해하려 한다면 아
무리 찾아도 찾지 못한다.
설두스님은 “와룡은 고인 물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는
데,썩은 물속에 어떻게 용을 살게 할 수 있겠는가?제일의니,
제이의니 하는 것은 바로 고인 물속에서 살림살이를 하는 격이
다.모름지기 거대한 파도가 크게 질펀하고 흰 물결이 하늘까지
넘실거리는 곳에만 용이 산다.이는 앞(제18칙)에서의 “맑은 연
못엔 푸른 용이 사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는 구절과도 같다.
“썩은 물에는 용이 살지 않는다”는 말을 듣지도 못하였느냐!또
한 “와룡은 연못이 맑아질까 상당히 두려워한다”는 말까지 있
다.그러므로 “용이 살지 않는 곳엔 맑은 물결에 달빛이 어려
있어 바람이 잠잠하고 물결이 고요하지만,용이 사는 곳엔 바람
이 없는데도 풍랑이 일어난다”고 하였다.
보복스님의 “차 마시고 정신차려라!”라는 말은 바람이 없는
곳에 물결이 일어나는 것과 매우 같은 일이다.설두스님이 여기
에 이르러 일시에 알음알이[情解]를 한데 정리하여 송을 끝마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