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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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짓이 없었을 것이다.그러나 지장스님이 “나는 오늘 머리가
아파서 그대에게 말할 수 없으니,회해 사형에게 가서 묻도록
하게”라고 하니,스님은 또다시 회해 사형을 찾아가 물었고,회
해 사형은 “그것은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말해 보라,무엇 때문에 한 사람은 머리가 아프다 하였고,한
사람은 모른다고 말하였을까?결국은 무엇일까?스님이 다시
되돌아와 이 일을 마조스님에게 말씀드리자,마조스님은 “지장
의 머리는 희고,회해의 머리는 검다네”라고 하였다.이를 알음
알이로 헤아린다면 이는 돌아가면서 그 스님을 속인 것이라 할
수 있다.어떤 사람은 “이는 서로가 떠맡겨 버렸다”하고,어떤
사람은 “세 사람 모두가 그의 물음을 알았었기에 답하지 않았
다”고 말하지만 이는 모두 눈먼 것이다.이는 일시에 옛사람의
으뜸가는 제호에다가 독약을 부어 넣은 격이다.그러므로 마조
스님은 “그대가 한입으로 서강의 물[西江水]을 다 마실 때 말해
주리다”고 하였는데,이 공안과 한가지이다.따라서 “지장스님
의 머리는 희고,회해스님의 머리는 검다”는 말을 알 수 있다면
바로 ‘서강의 물’의 화두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스님은 한 짐 가득한 어리석음을 짊어지고 편안하지 못한 데
다가 세 큰스님까지 괴롭히면서 진흙과 물속으로 빠져들어 가
게 했지만 끝내 스님은 깨닫지 못하였다.비록 한결같이 이와
같이 하였지만 세 종사는 이 외통수[擔板漢]에게 감파를 당한
것이다.
요즈음 사람은 오로지 말만 가지고 따지며 “희다는 것은 밝
음에 일치하고 검다는 것은 어둠에 일치한다”고 하여,천착하여
헤아릴 뿐,옛사람의 한 구절이란 알음알이[意根]를 끊는 것임
을 몰랐다.이는 반드시 핵심[正脈]을 꿰뚫어야만이 온당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