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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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35


               평창
                   이 공안은 산승이 지난날 성도(成都)*에 있으면서 진각(眞覺)
                                                    3)
                 스님을 참방하여 물었던 것이다.진각스님은 “마조스님이 처음
                 한 대답만 보아도 자연히 단박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말해
                 보라,저 스님은 알고서 물었을까 모르고서 물었을까?이 물음
                 이 심오하다 하겠다.
                   “사구(四句)를 여읜다”는 것은 ‘유’,‘무’와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님[非有非無]’과 ‘유도 아님마저도 아니다[非非有]’는 것과
                 ‘무도 아님마저 아니다[非非無]’는 것이다.이 사구를 여의면 오

                 만가지의 잘못된 생각[百非]이 끊긴다.그저 말로써 이러쿵저러
                 쿵하면 화두(話頭)를 모르고 핵심을 찾아볼 수 없다.만일 산승
                 이었다면 마조스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좌구(坐具)를 펴
                 고 세 번 절하고서 어떻게 말하는가를 보았을 것이다.만일 내
                 가 당시에 마조스님이었다면 스님이 찾아와 “사구를 여의고 백
                 비를 끊고서,스님께서는 저에게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을 곧
                 바로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물었을 때,등줄기를 방망이로 갈겨
                 내쫓아 내고서 깨달았는가 않았는가를 살펴봤을 것이다.

                   마조스님은 오로지 그에게 말을 해주었기 때문에,이 스님이
                 서로 마주하고도 몰라보고 다시 지장스님에게 물었던 것이다.
                 이는 마조스님이 찾아온 자를 잘 분별할 줄 몰랐기 때문이라
                 하겠다.스님이 어리석게도 지장스님에게 달려가자,지장스님은
                 말하였다.
                   “왜 마조스님에게 묻질 않았더냐?”
                   “ 스님이 당신을 찾아가서 물으라고 하였습니다.”

                   그가 조금만 살펴보고 내질러 몸을 비꼈더라면 결코 부질없


            *이 부분은  벽암록 이 성도에서 강의된 것이 아님을 반증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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