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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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57
시에 그가 “그 기틀을 다하더라도 장님이 되었을까?”라고 말했을 때,
그에게 ‘장님’이라고 말했어야 했다.그러나 이것도 절반쯤 말했을
뿐이다.똑같은 작가인데 무엇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자니 마을도 없
고 뒤로 돌아가자니 주막도 없다고 했을까?
평창
등주(鄧州)의 단하 천연(丹霞天然)스님은 어느 곳 사람인지
모른다.처음 유학(儒學)을 익히며 과거에 응시하려고 장안(長
安)의 객사[逆旅]에서 잠을 자게 되었는데,홀연히 꿈속에서 흰
빛이 방에 가득하였다.점쟁이가 “공(空)을 깨칠 상서이다”고
해몽하였는데 우연히 만난 한 선객이 물었다.
“어디 가시오?”
“ 과거보러 갑니다.”
“ 관리로 뽑히는 것[選官]보다는 부처에 뽑히는[選佛]것이 어
떻겠소?”
“ 부처에 뽑히려면 어느 곳으로 가야 합니까?”
“ 지금 강서(江西)지방에 마대사(馬大師)가 세상에 출현하였
는데,그곳이 부처를 뽑는 곳[選佛場]이오.그대는 그곳을 가보
시오.”
마침내 곧바로 강서를 찾아가 마대사를 뵙자마자 양손으로
복두건(幞頭巾)* 끈을 풀어버리려 하니,마대사는 뒤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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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였다.
“나는 그대의 스승이 아니다.남악(南嶽)석두(石頭)스님의 처
소로 가보아라.”
곧 남악에 이르러 또다시 앞서 물은 뜻을 다시 여쭙자,석두
스님은 말하였다.
*삼성본에는 ‘巾’자가 ‘脚’자로 표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