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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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의도를)모르는구나.이 말씀 심금을 울리는군.말 밖의 속뜻을
알아차렸군.그의 수행이 잘되었는지 아직 멀었는지를 알았다.
“밥은 먹었느냐?”
-두 번째 더러운 물을 뿌렸다.하필이면 자잘하게 저울 눈금을 세는
가!핵심을 알아야 한다.
“먹었습니다.”
-과연 (눈앞에 있는)노주(露柱)도 못 보고 부딪치는구나.옆사람에게
콧구멍을 뚫렸다.원래 구멍 없는 철추였다.
“너에게 밥을 먹여 준 사람은 안목을 갖추었느냐?”
-비록 이처럼 세력에 의지하여 사람을 속였지만 죄상에 의거하여 판
결을 하였다.당시에 선상을 번쩍 들어 뒤엎어 버렸어야지,부질없이
무얼 하느냐.
스님은 말이 없었다.
-과연 도망치지 못하는구나.이 스님이 작가였다면 그에게 ‘화상의 안
목과 똑같습니다’고 말했을 텐데.
장경(長慶)스님이 보복(保福)스님에게 물었다.
“밥을 먹여 주었으니 은혜를 갚을 만한 자격이 있는데,무엇
때문에 안목을 갖추지 못했다 하였을까?”
-절반쯤 말했을 뿐이다.온몸이 전체가 눈이다.단칼에 두 동강이 났
다.한 번은 추켜 주었다가 한 번은 깎아 내리는군.
“주는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나 둘 다 장님이다.”
-법령에 따라서 집행하였다.한 구절로 완전히 말하였다.그런 사람
만나기도 흔치 않다.
“그 기틀[機]을 다하여도 장님이 되었을까?”
-무슨 놈의 좋고 나쁜 것을 따지는가!그래도 아직은 긍정할 수 없다.
무슨 주발을 찾느냐.
“나를 장님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두 사람 다 (번뇌의)풀 속에 있는 놈이다.용머리에 뱀 꼬리이다.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