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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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반쯤은 닫히고 반쯤은 열린 것이다.
                   당시 산승이 그 경우였다면 “그 기틀을 다하더라도 장님이
                 되었을까?”라고 말할 때,그에게 “장님아!”라고 말했을 것이다.
                   애석하다.당시 보복스님이 이 ‘장님’이라는 글자를 말할 수
                 있었다면 설두스님의 허다한 잔소리를 면할 수 있었을 텐데.설
                 두스님 또한 이 뜻으로 송을 하였다.


               송

               기틀을 다했더라면 장님이 되지 않았을 텐데.
                -절반쯤 이야기했을 뿐이다.그래도 그를 시험해야 한다.말소리가 아
                 직도 귓전에 남아 있다.
               소머리를 찍어눌러 풀을 먹이네.
                -돈 잃고 벌까지 받는구나.반은 하남,반은 하북 땅이다(온 천하가 모
                 두 이런 말을 하고 있다).제 칼에 스스로 손을 다친 줄을 몰랐다.
               서천 28조,동토 6조의 모든 조사는
                -조문(條文)이 있으면 조문을 따르게 마련이지.선대 성인까지 누를
                 끼쳤으니,한 사람에게 누를 끼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보배 그릇을 가져와 허물 이루었네.
                -온 누리 사람들이 양손을 번갈아 가며 가슴을 친다.나에게 주장자를
                 되돌려다오.산승에게까지 누를 끼쳐 벗어나질 못하겠군.
               허물이 깊어
                -몹시 깊구나.천하의 납승들이 뛰어넘지 못한다.말해 보라,어느 정
                 도 깊은가를.

               찾을 곳 없으니,
                -그대가 서 있는 자리에 있다.찾아도 찾을 수 없다.
               천상․인간이 다 함께 침몰되었다.
                -천하의 납승을 한 구덩이에 묻어 버렸다.그 속에서도 살아 있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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