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P. 61
벽암록 下 61
람이 있을까.한 번 놓아준다.아이고,아이고!
평창
“기틀을 다했더라면 장님이 되지 않았을 텐데”라고 송하니,
장경스님이 말하기를 “그 기틀을 다하여도 장님이 되었을까?”
라고 했다.보복스님이 이르기를,“나를 장님이라고 말할 수 있
겠는가?”라고 했다.
이는 마치 소머리를 찍어누르면서 풀을 먹이는 격이니,그
스스로가 먹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여기에서도 소의 머
리를 누르며 먹도록 할 수 있겠는가라는 것이다.설두스님이 이
처럼 노래하니,자연히 단하스님의 뜻을 알 수 있다.
“서천 28조,동토 6조의 모든 조사들은 보배 그릇을 가져와
허물을 이루었네”라는 것은,장경스님에게 누(累)를 끼쳤을 뿐
아니라,서천 28조(二十八祖)와 이 땅의 6조(六祖)까지 일시에
매몰시켜 버렸다는 뜻이다.
석가부처님이 49년 간 일대장교(一大藏敎)를 설하고,최후에
이 보배 그릇만을 전했을 뿐이다.영가(永嘉)스님은 “이는 겉치
레로 괜히 속복을 벗고 출가한 게 아니라,여래 보장(寶杖)의
친 발자취다”고 하였다.보복스님의 견해와 같다면 보배 그릇을
가져와 모두가 허물을 지을 것이다.
“허물이 깊어 찾을 곳 없다”고 하였는데,이는 그대들에게
설명해 줄 수가 없으며,다만 고요히 앉아서 그 구절을 살펴보
아야 한다.이미 허물이 깊은데 어찌 찾지 못할까보냐.이는 작
은 허물이 아니다.조사의 일대사(一大事)를 일제히 땅 속에 처
박히게 한 것이다.그러므로 설두스님은 “천상․인간이 함께
침몰했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