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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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성인들은 그대들을 어찌할 수가 없는 나머지 몸을 가로누
여 사람을 지도하면서 ‘전체가 모두 그대로 참다우며,사물마다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고 말하였지만,실로 그런 것이 있는 것
은 아니다.내(운문스님 자신),그대들에게 말하노라.일삼음이
있다 하면 벌써 잘못되어 버린다.”
이 말을 안다면 바로 “호떡”이라 한 의도를 알 것이다.오조
법연(五祖法演)스님께서는 “말똥을 사향에 비교한다”고 하였다.
이른바 (증도가 에서)“곧바로 근원을 끊는 것은 불조가 인가
한 바이며,잎을 따고 가지를 찾는 건 나는 못 한다”고 한 그것
이다.이 근원을 끊는 것을 몸소 간절히 얻고자 한다면 물음을
가지고 묻지를 마라.
이 스님이 “어떤 것이 부처와 조사를 초월한 말입니까”라고
묻자,운문스님이 “호떡”이라고 말한 것을 보고서,수치스러움
을 알고 또한 잘못한 줄을 느꼈느냐?
사람들이 제멋대로 꾸며 “운문스님이 토끼를 보자마자 매를
날려 곧바로 호떡이라고 말했다”고 하나,이처럼 ‘호떡’을 가지
고 부처와 조사를 초월한 말이라는 견해를 낸다면 어찌 살길이
있겠는가?호떡이라는 것도 알려 하지 말고 부처와 조사를 초
월한다는 것도 알지 않는 그것이 살길이다.이는 삼 세 근[麻三
斤]과 북 칠 줄 안다[解打鼓]는 것과 한가지이다.비록 그저 ‘호
떡’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후세 사람들은 흔히들 이를 이러니저러니 말로 따져서 말하
기를 “거친 말과 자세한 말 모두가 제일의(第一義)로 귀결된다”
고 한다.이처럼 이해한다면 강석(講席)의 좌주(座主)가 되어 일
생 동안 수많은 알음알이를 감싸고 있게 되리라.요즈음 선승들
은 “부처와 조사를 초월할 때는 모든 부처님도 발밑에 밟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