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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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름지기 종횡으로 자재해야만이 비로소 그처럼 할 수 있다.
                -매를 칠 때마다 매맞은 자국이 분명하다.산승을 저버리지 않으면 좋
                 으련만.딱딱 맞아떨어지는구나.일찍이 덕산스님과 임제스님을 친견
                 했느냐?


               평창
                   능엄회상(楞嚴會上)에서 발타바라(跋陀婆羅)보살이 열여섯 보

                 살과 함께 각기 범행(梵行)을 닦으며 각기 깨친 원통법문(圓通
                 法門)의 인(因)을 말하였다.이는 25원통(二十五圓通)가운데 하
                 나이다.
                   스님들을 목욕시킬 때 여느 때처럼 욕실에 들어갔다가 홀연
                 히 수인삼매(水因三昧)를 깨치고 말하였다.
                   “육진(六塵)도 씻지 않았으며,몸을 씻지도 않았다.”
                   말해 보라,무엇을 씻었는가?이를 안다면 늘 편안하여,있는
                 바 없음[無所有]을 얻어,천만 가지 그 무엇도 가까이 갈 수 없

                 을 것이다.이른바 “얻은 바도 없다”는 것이니,이는 참다운 반
                 야(般若)이다.만일 얻은 바 있다면 이는 사이비 반야(般若)이다.
                   듣지 못하였느냐,달마스님이 이조(二祖)스님에게 말한 것을.
                   “편치 못한 마음을 가져오너라.너에게 편안함을 주리라.”
                   “ 마음을 찾아보아도 끝내 찾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납승의 성명(性命)의 근본이니,결코 허다한 갈등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홀연히 수인삼매를 깨달았다”는 것만 소

                 화하면 자연히 깨칠 수 있을 것이다.
                   “6진도 씻지 않았으며,몸도 씻지 않았다”고 하였는데,말해
                 보라,무엇을 깨달았을까?이 경지에서는 한 점도 붙일 수 없
                 다.그러므로 부처 불(佛)자를 말해서도 안 된다.
                   그는 말하기를 “오묘한 감촉[妙觸]또렷이 빛나며[宣明]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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