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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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서 열여섯 보살이 동시에 깨칠 수 있었을까?
그러므로 옛 사람은 함께 닦고 함께 증오하였으며,함께 깨
닫고 함께 이해하였던 것이다.
설두스님은 교학(敎學)의 이야기를 들어 사람들이 오묘한 감
촉이 있는 곳을 이해하도록 했다.교학의 안목을 발휘하여 송을
함으로써,사람들이 교학의 그물[敎網]에 덮여 반은 취하고 반
은 술 깬 그 상태에서 벗어나 대뜸 말끔하고 고준한 경지로 나
아가게 해주었다.송은 다음과 같다.
송
(생사의)일을 마친 납승은 한 사람이다.
-지금 한 명이 있군.아침에는 3천 번 저녁에는 8백 번을 쳐야겠다.
금강의 우리에서 뛰어나왔으니 한 명도 없군.
긴 침상 위에 다리 펴고 누웠네.
-예상했던 대로 이는 조는 놈이구나.영원토록 선(禪)을 논하지 못한
다.
꿈속에서 원통(圓通)을 깨달았다 말하니
-벌써 졸았으면서 또다시 꿈 이야기를 하는구나.그대가 꿈속에서 보
았다고 인정이야 하겠지만,잠꼬대해서 무엇 하려고.
향수로 씻었다 해도 낯짝에 침을 뱉으리라.
-쯧쯧!흙 위에 진흙을 한 겹 더하였구나.깨끗한 곳에다 똥싸지 마라.
평창
“(생사의)큰 일을 깨달은 납승은 그저 한 명뿐이네”라고 했
는데,무슨 일을 끝마쳤다는 것인지 말해 보라.작가 선객이라
면 거량하자마자 눈썹을 치켜세우고 곧바로 떠나가 버릴 것이
다.이 같은 납승 한 사람만이 필요할 뿐,한 떼거리 무리를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