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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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님이 성색불법(聲色佛法)의 견해를 핵심으로 삼아서 사
람을 만나기만 하면 곧 이를 물었다.그러나 투자스님은 작가였
다.찾아온 그를 잘 알아보았고 그 스님 또한 투자스님의 진실
을 대뜸 알고 곧바로 올가미를 만들어 투자를 집어넣으려고 하
였다.그리하여 뒷말(화상께서는 방귀뀌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이 있었다.이에 투자스님은 대뜸 호랑이 잡는 솜씨를 구사하
여,그의 뒷말을 낚아 올렸던 것이다.
그 스님은 투자스님의 대답에 뒤이어 “화상께서는 방귀뀌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라고 했으나,이것은 예상했던 대로 낚시에
바로 걸려든 것이다.만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 스님을 어떻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투자스님은 안목을 갖추고 바로 뒤
이어 돼지를 물어뜯는 개와 같은 솜씨로 대뜸 후려쳤다.반드시
작가여야 비로소 이처럼 좌측으로 회전하여도 그를 따라 자유
롭게 구르며,우측으로 회전하여도 그를 따라 자재하게 뒹굴 수
있는 것이다.
스님은 올가미를 만들어 호랑이 수염을 뽑으려고 찾아왔지만
투자스님이 또한 그의 올가미 위에 있었다는 사실을 참으로 몰
랐었다.투자스님이 대뜸 후려치자,스님은 아깝게도 처음만 있
었지,끝이 없었다.그 당시 투자스님이 방망이 잡았을 때 바로
선상을 번쩍 들어 뒤엎어 버렸더라면 설령 투자스님의 완전한
기봉이라 해도 3천 리 밖으로 도망쳐 버렸을 것이다.
또다시 “거친 말과 자세한 말이 모두 제일의제로 귀결한다는
데,그렇습니까”라고 묻자,투자스님은 “그렇다”고 하였다.앞의
말과 전혀 차이가 없는 듯한데,스님이 “화상을 (말뚝에 매여
있는)노새라고 부를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투자스님은 또다시
후려쳤다.스님이 이처럼 소굴을 짓기는 하였지만 참으로 기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