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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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다.산하대지와 일월성신(日月星辰)이 이로 인해서 발생되니,
                 태어날 때는 선봉이 되고,죽을 때는 맨 뒤를 따른다.옛사람의
                 말에 “삼계(三界)는 마음일 뿐이며,만법(萬法)은 식(識)일 뿐이
                 다”고 하였다.부처의 경지[佛地]를 깨치면 8식(八識)은 4지(四
                 智)로 바뀌는데,교학에선 이를 두고 ‘이름은 바뀌었지만 본체
                 는 그대로’라고 한다.

                   6 근(六根)․6진(六塵)․6식(六識)의 3법에서 전진(前塵)은 원
                 래 판단작용을 못 하며 승의근(勝義根)이 식(識)을 일으키며 식
                 이 색(色)을 나타내어 분별한다.바로 이것이 제6의식(第六意識)
                 이다.제7말나식(第七末那識)은 세간 일체의 영상(影像)을 간직
                 하여 사람을 번뇌케 하고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이는 모두 제7
                 식(第七識)이다.제8식(第八識)은 이를 아뢰야식(阿賴耶識),또는
                 함장식(含藏識)이라 한다.이는 모든 선악의 종자를 머금고 간
                 직하고 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스님은 교학의 뜻을 알았으므로 이를 가지고 조주스님에
                 게 “갓 태어난 아이도 6식을 갖추고 있습니까”하고 물은 것이
                 다.갓 태어난 아이는 6식을 갖추고 있으므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는 있다.그러나 6진(六塵)을 분별하지 못하여 좋고 나
                 쁨과 길고 짧음과 옳고 그름과 득이 되는지 실이 되는지는 전
                 혀 모른다.도를 배우는 사람은,갓 태어난 아이처럼 영예,오
                 욕,공명,역정 순경(逆情順境)이 모두 그를 동요시키려 해도 동

                 요되지 않아야 한다.눈으로 색(色)을 보아도 장님처럼,귀로 소
                 리를 들어도 귀머거리처럼 하여 마음이 수미산처럼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이것이 바로 납승들이 참으로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옛사람(석두스님)은 “누더기를 뒤집어쓰고 만사를 쉬니
                 이때 산승은 아무것도 모른다네”라고 하였다.이와 같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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