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P. 82

82


                 간다.”
                   납승들은 여기에 이르러서도 집착해서는 안 된다.단 시절을
                 따라 자재하면서 차 마실 때 차 마시고,밥 먹을 때 밥 먹을 뿐
                 이다.이 끝없는 초월의 노정[向上事]은 선정(禪定)이라는 글자
                 를 붙여서도 안 되며,선정이 아니라는 글자를 붙여서도 안 된
                 다.

                   석실 선도(石室善道)스님이 대중 법문에서 말하였다.
                   “그대들은 보지 못하였느냐?어린아이가 엄마의 뱃속에서 나
                 올 때 일찍이 나는 부처의 가르침을 안다고 말하더냐?이때는
                 불성(佛性)이 있는 줄도 없는 줄도 모른다.점점 크면서 갖가지
                 알음알이[知解]를 배우고서 ‘나는 알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것
                 이 객진(客塵)번뇌인 줄을 모른 것이다.16관행(十六觀行)가운
                 데에서 어린아이의 무심한 행동[嬰兒行]을 으뜸으로 여긴다.이
                 는 어린아이가 으앙거리고 우는 그때로,도를 배우는 사람이 분

                 별과 취사(取捨)의 마음을 여의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그러므
                 로 어린아이를 찬탄하여 비유를 취하였다.그러나 어린아이를
                 도(道)라 한다면 그것은 요즈음 사람들이 잘못 이해한 것이다.”
                   남전스님은 “나는 열여덟 차례나 살림살이를 할 줄 알았다”
                 하였고,조주스님은 “열여덟 차례나 집안을 망하게 할 줄 알았
                 다”고 하였으며,또한 “나는 남방에서 20년 동안 있으면서 죽과
                 밥을 먹는 두 때를 제외하고는 모두 마음을 잡되게 썼다”고도

                 말하였다.
                   조산(曹山)스님이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보살이 선정(禪定)속에서 향기 나는 코끼리[香象]가 강 건
                 너는 소리를 역력히 듣는다 하였는데,이는 어느 경전에서 나왔
                 느냐?”
   77   78   79   80   81   82   83   84   85   86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