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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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또다시 투자스님에게 물었다.
“급류 위에서 공을 친다는 뜻은 무엇입니까?”
“ 한순간도 흐름이 멈추지 않았다.”
이는 천연스럽게도 그가 물었던 곳과 매우 잘 맞았다.옛사
람의 경지는 주도면밀하여 대답이 하나같이 일치되어,결코 계
교를 하지 않는다.묻기만 하면 벌써 그 선지식들은 귀착점을
알아 버렸다.어린아이의 6식이란 공용(功用)이 없기는 하나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흐르는 물과 같은 것을 어찌하겠는가.투자
스님이 이와 같이 대답하였으니,상대방의 면모를 잘 분별할 것
이라 말할 만하다.설두스님의 송은 다음과 같다.
송
꾸밈[功用]없는 6식에 대해 물음을 던지니
-눈이 있어도 봉사와 같고 귀가 있어도 귀머거리와 같다.밝은 거울이
경대에 걸려 있고 밝은 구슬이 손아귀에 있다.
두 작가가 모두 상대의 핵심을 분별하였네.
-그럴 필요가 있을까?그래도 흑백을 분별해야지.깨쳐야만 알 수 있
다.
아득한 급류에서 공을 치나
-시종일관이군.지나가서 (흔적도 없다).무슨 말 하느냐.
멈추지 않으니 떨어진 곳을 그 누가 알랴.
-보았다가는 눈이 먼다.지나가서 (흔적도 없다).여울물 아래에서 잡
아라.
평창
“꾸밈없는 6식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고 하였는데,옛사람이
도를 배워 이런 경지에 이르도록 수양하는 것을 ‘꾸밈없는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