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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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89
“30년 뒤에 이 화두를 남에게 말해 주려 해도 하기 어려울
것이다.”
법등(法燈)스님은 이를 송하였다.
옛날 석공스님이
활에 화살을 걸어놓고 앉아서
이처럼 서른 해를 지내 왔건만
한 사람의 지기(知己)도 만나지 못하다가
삼평이 적중하여
부자가 서로 만났네.
돌이켜 자세히 생각해 보니
원래 그는 과녁 받침대를 쏘았더라.
석공스님의 계책은 약산스님과 똑같았다.삼평스님은 정수리
[頂門]에 안목을 갖추고 한마디에 적중시켰는데,이는 약산스님
이 “화살을 보라”고 말했던 것과 같다 하겠다.
스님은 문득 왕고라니가 되어 벌떡 몸을 누이며 거꾸러졌는
데,이 스님 또한 작가 선지식인 척했지만 처음만 있었지 끝은
없었다.그는 올가미를 만들어 약산스님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하였으나 약산스님이야말로 작가인 걸 어떻게 할 수 있었으랴.
한결같이 (상대를)추궁해 나갔을 뿐이다.약산스님이 “시자야,
이 죽은 놈을 끌어내라”고 말하자,마치 진을 치고 앞으로 나아
가는 것 같았다.
마침내 이 스님이 도망을 치니,이는 매우 옳기는 옳은 듯하
나 초탈하여 씻은 듯 말끔하지 못하고 손발이 꼭꼭 달라붙어
있는 듯하니,어찌할 수 있으랴.그러므로 약산스님은 “허튼 짓
하는 놈!어찌 깨달을 날이 있으랴”고 하였다.약산스님이 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