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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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서 ‘4무애지四無礙智’로 인용문을 시작
함으로써 원래의 문맥에서 떼어내어 독립된 문장으로 만든 것이다. 이
를 통해 원래 문맥에 대한 번쇄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을
얻게 된다.
성철선은 가능성으로서의 부처(因佛), 혹은 원인으로서의 깨달음(因
地)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한다. 대신 결과로서의 깨달음(果地)에 대한
논의에 강조점을 둔다. 원인과 결과가 둘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
러나 실제 수행의 현장이나 깨달음을 점검하는 현장에서 보자면 원인
은 원인이고 결과는 결과이다. 가능성으로서의 부처를 안고 있다는 원
리가 탁월하기는 하지만 그 논의만 반복한다면 그림의 떡이라서 배를
부르게 하지 못한다.
더구나 가능성으로서의 부처를 거듭 말하다 보면 스스로 그 경계에
도달한 것처럼 자기 포장을 할 수도 있다. 나아가 미혹한 청법자들은
그것에 혹하여 미친 마음을 낼 수도 있다. 자칫하면 최고의 설법인 불
성론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을 모두 해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당시 불교계에 견성했다는 사람이 넘쳐난다고
보았고, 그것은 불성론이 허담虛談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하였다. 그
런 점을 고려하여 성철스님은 본래 깨달음(本覺)에 대한 논의를 최소화
하고자 한다.
【2-4】 佛性者는 不可思議니 乃是諸佛①[如來]境界니라
선문정로 불성은 불가사의한 것이니 이는 제불의 경계니라.
현대어역 불성이란 생각으로 알 수 없고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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