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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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하고 있던 당시 한국 불교에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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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속에 다 하나님이 있어서 하나님 아닌 이가 하나도 없다 는 식으
로 아트만, 브라만을 긍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발언에도 거리낌이 없었
던 것이다.
①의 생략된 문장은 불성이 곧 ‘진정한 나(我義)’로서, 그 진정한 나
가 본래부터의 번뇌에 덮여 있어 그것을 볼 수 없다는 뜻을 갖는다. 이
미 개관한 바와 같이 『열반경』 「여래성품」의 설법 목적은 3법인의 무아
와 열반4덕의 진아眞我가 계승 관계에 있음을 밝히는 데 있다. 원래의
문맥으로 보자면 ①의 생략된 부분이 그 핵심 논의를 이끄는 출발이
된다. 그런데 성철스님에게는 『대열반경』에 요구되었던 과제가 절실하지
않았다. 아트만과 불성의 차이점, 무아와 진정한 나(佛性)의 모순에 대
한 설명을 요구하는 문화적·종교적 압박이 거의 없었다는 말이다. 이
에 비해 깨달은 부처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 복을 비는 기복 불교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절대적 과제의 하나였다.
한편 ①을 생략함으로써 복잡한 논의를 피하고 모든 중생이 차별 없
는 ‘불성을 갖추고 있음→번뇌의 장폐→번뇌의 구름을 걷어 냄’으로 전
개되는 견성성불의 경로를 부각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이러한
생략을 통해 논리적, 설명적이었던 문장은 선언적 문장으로 바뀌게 된
다. ②와 ③은 단순 생략으로써 의미의 차이는 일어나지 않는다.
【2-3】 四無礙①智[者]가 卽是佛性이니 佛性者는 卽是如來니라
선문정로 4무애지四無礙智가 곧 불성이니 불성은 곧 여래니라.
44 퇴옹성철(2015),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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