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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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이 그것이다.
[해설] 아뢰야식에 의지해 여섯 가지의 파생 의식이 생긴다는 점을
밝히고 있는 문장이다. 유식의 소의경전인 『해심밀경』에서 제7식을 설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인용문이다. 이 중 표시한 바와 같
이 다양한 이유로 거의 모든 구절에 조정이 가해졌다.
①의 ‘피피彼彼’는 복수를 지칭하며 ‘저들’, 혹은 ‘이런저런’으로 번역되
는 말인데 생략되었다. 성철스님의 번역문에는 ‘생멸하는 유정들’로 복
수로 번역되어 있으므로 중복을 피한 단순 생략에 가깝다.
②의 ‘중衆’ 자는 ①의 피피彼彼와 함께 복수를 지칭하는 글자이다.
유정有情과 유정중有情衆은 다른 말이다. 유정이 개별적 중생을 가리킨
다면 유정중은 그 중생이 속하는 유적類的 범주, 예컨대 태란습화의 전
체 종류를 가리킨다. 그래서 유정중은 유정취有情聚, 혹은 유정류有情類
로 표현하기도 한다. 성철스님의 번역문에는 ‘유정중생들’로 중衆이 반영
되어 있다. 복원되어야 한다. 다만 가운데 중中 자가 있어서 유정有情이
저절로 복수가 되므로 의미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③의 생략된 문장은 모두 유정중有情衆에 대한 구체적 표현이 된다.
생략된 ‘혹은 난생, 혹은 태생, 혹은 습생, 혹은 화생의 신분으로 일어
나는 것(或在卵生, 或在胎生, 或在濕生, 或在化生, 身分生起)’이 유정중의 구체
적 예가 되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문장을 인용할 때 가능하면 논리적인
문장만 취하고 구체적 예나 비유는 생략하고자 한다. 여기에도 그러한
원칙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③은 바로 그 구체적인 실례를 생략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 밖에 아타나식의 특성과 다양한 이름을 밝히는 ⑤, ⑦, ⑨, ⑩의
구절들이 모두 생략되었다. 이 문장을 인용한 목적은 ‘아뢰야식에 의지
제3장 번뇌망상 · 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