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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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다!’라며 오매일여의 경지에 대해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세 가지 기연機緣을 하나로 귀결시키지 못하고 별개
             의 일처럼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강경구 교수께서 정리한 앞의 구절을 접하는 순간, 과거에 경
             험했던 그 세 가지 기연이 마치 회삼귀일會三歸一이라도 되듯 하나로 딱

             합치되었습니다. 그리고 큰스님께서 마치 일상처럼 보여주셨던 수행의
             높은 경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보여주셨던 큰스

             님의 경계와 가르침은 50년 가까운 세월을 통해 숙성된 뒤에 강 교수님
             의 글이 계기가 되어 마침내 깊은 울림으로 되살아난 것입니다.

                큰스님이 말씀하셨던 장좌불와 10년의 경지, 병중일여에서 보여주신
             ‘똑같다!’라는 의미, 그리고 『백일법문』에서 설명하신 오매일여의 의미를

             비로소 알 수 있게 되었으니, 그 기쁨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
             니다. 그리하여 큰스님의 마음의 경지는 우리와 같은 중생으로서는 알

             수 없는 ‘멸진정의 구경무심 선정에 항상 머무르고 계셨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 가슴에 차오르는 희열을 느끼며 멀리 강경구 교수님

             께 무수반배를 올리며 감사하고 감사했습니다.
                ‘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하여’라는 의미심장한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 『정독 선문정로』는, 성철스님의 『선문정로』 편제를 그대로 따라 전
             체가 19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각 장마다 첫째 설법의 맥락, 둘째 설법

             의 특징, 셋째 인용문의 특징으로 나누고, 셋째에서는 성철스님의 인용
             문을 싣고 생략하거나 추가, 바뀐 글자를 대괄호([ ])를 이용하여 보충

             하고, 성철스님 번역문에 이어 저자의 현대어역이 있고 뒤이어 해설이
             있습니다. 그동안 성철스님문도회에서는 평석이나 성철스님의 강설 등

             을 추가하여 『선문정로』를 쉽게 펴내려 했으나 그 노력이 미흡했는데,
             이번에 강경구 교수님의 현대어역과 상세한 해설은 그 높은 울타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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