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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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의 관계에 있다. 성철스님이 보살의 지위를 말하는 문장을 인용할

             때는 그 극복과 단절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서이다. 어떤 성취가 있
             을 때 그것이 구경이 아니라면 바로 버려야지 그것에 의지하여 수행을

             심화시켜 가는 길을 걷고자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성철스님은 해오와 분증을 배격한다.



                『대열반경』에서 견성이 곧 구경의 성불임을 누차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오와 분증을 정설이라 우긴다면 그것은 불법을 헐뜯는
                외도가 아니겠는가?        84



                거듭 확인되는 바이지만 이러한 성철스님의 논의 방식은 득실이 반

             반이다. 강력한 메시지의 전달에 있어서 이 방식은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의 증거를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방식은

             손실이 있다.
                당장 해오와 분증만 해도 화엄과 천태의 소의경전 및 논서들에서 정

             치하게 밝히고 있는 내용들이다. 성철스님은 이에 대해 교가의 설이므
             로 배격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그런데 이제 똑같이 교가의 설에 속하

             는 『대열반경』의 구절에 근거하여 해오와 분증의 주장을 외도로 규정한
             다. 그렇다면 『대열반경』만 정전이 되고, 『화엄경』과 『법화경』, 천태스님

             과 현수스님은 외도가 되는 것이다.
                성철스님의 논의를 옳고 그름의 입장에서 접근하면 영원한 도돌이표

             를 그리게 된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차피 모든 선사의 가르
             침은 자기주장을 강하게 피력하는 방식으로 설해진다. 그것은 강력한





              84   퇴옹성철(2015), p.77.



                                                             제4장 무상정각 ·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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