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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불성을 보지 못하도록 가리고 있는 번뇌만 끊어내면 견성하

            게 됨을 밝히는 문장이다. 이 중 ①의 ‘이른 바(所謂)’를 생략하였다. 전
            체 문맥에서 떼어내어 독립된 문장을 만들기 위한 조치이다. 전체 문

            맥으로 보면 소가 먹으면 제호를 생산하는 설산의 비니초肥膩草, 짠 바
            닷속의 우유 맛이 나는 상묘수上妙水, 독사와 같은 육체를 구성하는 네

            가지 구성 요소(四大)에 흔들리지 않는 묘약대왕妙藥大王의 비유를 통해
            불성을 설명하였다. 인용문은 불성을 직접 말하는 부분이다. 그러니

            까 ‘소위所謂’는 앞의 문장을 받아 정리하겠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이것
            을 생략한 것은 독자들이 인용문에만 집중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그래서 ‘지어서 만들어진 법이 아니다(非是作法)’는 구절에 대해 “중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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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유本有한 것이요 조작造作한 법이 아니다.” 라고 설명식 번역을 행하
            였다.
               다음으로 ②의 ‘찰제리, 바라문, 바이샤, 수드라(剎利婆羅門毘舍首陀)’가

            생략되었다. 찰제리는 왕족, 바라문은 성직자, 바이샤는 평민, 수드라
            는 천민이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종성에 상관없이 불성을 덮고 있는 번

            뇌만 모두 끊어내면 견성성불할 수 있다고 본다. 『대열반경』은 선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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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멸한 일천제一闡提도 불성만 정견하면 전부 성불한다 는 불성평등론
            을 역설하는 경전이다. 생략된 문장 또한 불성의 평등성을 강조하는 내
            용을 담고 있다. 이것을 생략한 것은 불성론이 수용되는 환경을 고려한

            것이다. 『대열반경』의 이 구절은 신분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어 있다는
            당시 인도의 사회제도와 문화적 관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네

            가지 종성에 상관없이 견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




             91   퇴옹성철(2015), p.79.
             92   퇴옹성철(2015), p.5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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