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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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하므로 수행자도 그와 같이 실천해야 한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설
해졌다.
이 중 ①과 같이 ‘장애 없는 청정한 지혜의 눈으로 법계의 모든 중생
을 두루 관찰하고서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以無障礙清淨智眼, 普觀法界一
切衆生, 而作是言)’는 구절에서 ‘말하였다(言)’만 남기고 모두 생략하였다.
여기에서 장애 없음, 청정지혜, 두루 관찰하는 일은 모두 여래지혜의
핵심이고, 수행의 실천 과제에 해당한다. 이것을 생략한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중생들의 무상정각을 이끌기 위해 설해진 것이라는 하나의 주
제를 강조해서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②와 같이 ‘운하云何’에서 ‘하何’ 자가 생략되었다. 이것을 생략하면 반
어식 의문문이 평서문으로 바뀐다. 이 문장에서 ‘어째서’의 뜻을 갖는
‘운하云何’는 뒷부분의 ‘부지불견不知不見’과 호응하여 ‘어째서~알지 못하
고, 보지 못하는가?’라는 반어식 의문문을 구성한다. 성철스님은 ④와
같이 ‘부지불견不知不見고’로 현토하였다. 반어식 의문문으로 처리한 것
이다. 그런데 번역에서는 ‘부지不知하며 불견不見하는도다’의 평서문으로
옮겼다. 의문문을 평서문으로 바꾸어 그 의미를 분명히 하고자 했다는
뜻이다. 뜻에는 변함이 없지만 원문과 번역문 간에 상호 충돌이 일어나
므로 현토 ‘~고’를 ‘~이로다’ 정도로 교정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성철스님은 경전을 인용하는 데 있어서 뜻만 취하고 학문적 엄밀성
은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설법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만 있
다면 서슴없이 원문에 손질을 가한다. 전체 뜻은 가져오되 인용문을
96 그래서 여래심의 각 특징을 말한 뒤 “모든 대보살들도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諸
菩薩摩訶薩, 應如是知.)”라는 수행과 눈뜸의 촉구가 공통된 결론으로 거듭 제시된
다. 이에 대해서는 『大方廣佛華嚴經』(T10, pp.268c-273a) 참조.
제4장 무상정각 · 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