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정독 선문정로
P. 162

독립시켜 자신의 설법에 유기적으로 녹아들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다시 ‘하何’ 자의 생략을 보면 고려한 바가 없지
            않다. 인용문에 나타난 바, 여래가 불성을 본 직후의 소회는 놀라운 감

            탄과 안타까운 탄식이 뒤섞인 것이었다. 특히 ‘어째서~알지 못하고, 보
            지 못하는가?’에는 탄식의 어감이 강하다. 이에 비해 성철스님은 모든

            존재가 불성을 갖추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불교의 특장점이라는 것
            을 거듭 강조하는 입장에 있다. 반어문에서 평서문으로 바꾸어 탄식에

            서 감탄으로 주된 어감을 바꾼 이유라 할 수 있다.


               부처님도 성불하기 전에는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는 사실을 몰

               랐다. 그러나 깨달음을 얻고 대자재지大自在智로 관찰해 보니 모든
               중생이 하나도 빠짐없이 불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신기하고 신기하구나.” 하고 감탄했던 것이다. 스스로에게 갖춰져
               있음을 믿고 부지런히 공부해 나가면 누구나 성취할 수 있는 것이

               불성이다.    97


               이처럼 성철스님은 불성에 눈뜬 감탄과 그 완전한 실현에 대한 확신

            을 공유하고자 한다. 탄식의 어감이 붙을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미 갖
            추어진 불성을 보는 일이므로 이 일은 단번에 완전하게 일어난다. 그래

            서 돈오견성이다. 이미 갖추어진 불성을 보는 일이므로 제대로 보았다
            면 다시 헷갈릴 일이 없다. 그래서 돈오견성은 곧 원각이다. 이것이 성

            철선의 돈오원각론이다.
               이러한 성철선의 돈오원각론은 종교 간의 경쟁이 본격화된 당시의

            종교 지형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다. 전지전능한 절대적 존재의 구원



             97   퇴옹성철(2015), p.83.



            162 · 정독精讀 선문정로
   157   158   159   160   161   162   163   164   165   166   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