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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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약속하는 기독교에 상대하여 불교의 특장점은 무엇일까? 성철스님
은 그것이 불성론과 그에 기초한 불성에의 눈뜸, 혹은 불성의 실현이라
본 것이다.
불교에선 위로 하늘에서 찾으라거나 아래로 땅에서 찾으라고 하지
않는다. 자기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절대적 가치는 다
른 곳에 있지 않고 바로 여기에 있으며 자기 자신이 절대자라고 부
처님께선 말씀하셨다.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 가
운데 하나님이 있고, 마음 가운데 천당이 있고, 마음 가운데 극락
이 있는 것이다. 98
자신이 절대자라는 말은 인간과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근대의 인
본주의적 진리담론의 패러다임에 부합한다. 그리고 당시 불교에는 이러
한 인본주의로 신본주의적 기독교를 상대하고자 하는 입장이 있었다.
불교의 근대화를 지향한 한용운스님의 불교유신론이 그렇고, 성철스님
의 불성론 역시 그렇다.
다만 일체의 절대적 실체성을 부정하는 불교적 관점에서 이 말은 조
심스럽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 자기 자신이 절대자라는 말을 개인의 절
대성을 가리킨다고 이해하면 곤란하다. 다만 우리가 말하는 개인과 우
주법계가 둘이 아니라고 보아야 문제가 없다. 어쨌든 성철스님은 불교
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자신이 절대자라는 말을 동원하면서까지
개인의 완성(대자유인)에 대해 거듭 강조한다. 기독교의 신본주의를 겨냥
한 발언으로 이해된다.
98 퇴옹성철(2015), p.82.
제4장 무상정각 · 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