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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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로서 ‘선남자여!’로 번역된다. 성철스님은 여기에 ‘제諸’를 붙였다. 왜일
까? 바로 그 뒤의 ‘소유所有’가 ‘~가 갖춘 바’라는 뜻이므로 그 갖춘 주
체를 밝히고자 한 것이다. 분명히 원문의 이 ‘소유所有’는 번역이 자연스
럽지 않다. ‘모든’으로 번역하면 불성에 여러 가지가 있다는 뜻이 되므
로 적절치 않다. ‘갖춘 바’로 번역하자면 성철스님이 고민한 것처럼 누가
그것을 갖추었는지 특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성철스님은 ‘제諸’ 자를 붙
여 ‘모든 선남자가 갖춘 불성’으로 이 문장을 번역하였다.
그래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불성은 선남자만 갖춘 것이 아니라 일
천제도 갖추었고, 지각력을 갖춘 모든 생명체가 다 갖춘 것이기 때문이
다. 나아가 깨닫고 보면 우주의 삼라만상이 불성의 드러남이다. 그런데
이처럼 불성을 선남자에 한정한 성철스님만의 이유가 있다. 다음의 해
설을 보자.
불성은 즉 여래여서 제불경계諸佛境界이니, 불 이외는 모두 정지정
견正知正見하지 못함은 당연한 귀결歸結이다. 106
불성과 완전히 계합한 제불여래라야 그것을 바르게 보고 바르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갖추었지만 그것과 한 몸인 자
리에 돌아가기 전에는 명확하게 보는 일이 있을 수 없음을 밝히고 있
다. 인용문에 개입하여 모든 선남자가 갖춘 불성이라는 번역을 이끌어
내는 이 문장은 곧 여래 그 자체로서의 불성을 말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106 퇴옹성철(2015), p.88.
제4장 무상정각 · 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