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8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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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인해 [모든 번뇌의 밧줄에 묶이지 않고] 나고 죽는 일을 벗어나
대열반을 얻게 된다.
[해설] 견성이 곧 해탈이고, 대열반이고, 성불임을 밝히는 문장이다.
우리는 허공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지만 그것을 보지 못한다. 불성은
바로 허공과 같다. 그래서 그것을 분명히 보기 어렵다. 『대열반경』에서
는 성문과 연각이 그 도를 성취했다 해도 불성을 보았다고 할 수 없다
고 본다. 자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기는 했지만 여전히 주체와 대상을
나누는 미세한 분별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극미세한 3세
의 분별이 남아 있는 한, 아직 어두움이 가시지 않은 새벽과 같아서 불
성을 명확하게 보지 못한다. 성철스님은 견성이 부처의 원각과 동의어
로 쓰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이것을 인용하였다.
①의 긴 문장이 생략되었다. 불성을 보는 일은 성문이나 연각이 알
수 있는 차원이 아니라는 점, 나아가 불성을 보지 못하면 번뇌의 속박
과 그로 인한 생사윤회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하는
문장이다. 이것을 삭제함으로써 견성이 곧 부처의 대원각이라는 점만
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②의 ‘이以’ 자가 추가되었다. 이것은 뒤의 ‘고故’ 자와 결합하여 ‘~이
기 때문에’라는 뜻을 구성한다. 윤문의 의도가 있는 추가이다. 또한 ①
의 생략으로 인해 끊어진 문맥을 매끄럽게 연결하고자 한 조치이기도
하다. 성철스님에게 한문 문장은 특별한 역사적 지속성을 갖는 무엇이
었다. 그것은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이기도 하였다. 사실 최근까지도 스
님들은 깨달음의 체험을 전달하기 위해 그것을 한자로 기록하고자 했
고, 그것이 어려우면 한문에 능통한 이에게 작문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다. 요컨대 성철스님에게 한문은 여전히 지배력을 갖는 권위적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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