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8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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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만 남기고 모두 생략한다. 성철스님에게는 불법을 보다 명료하게 드
러내기 위한 현대적 어법에 대한 모색의 흔적이 뚜렷이 발견된다. 중복
되는 구절을 생략하여 핵심 내용을 드러내기 위한 이러한 생략도 그
모색의 일환에 해당한다.
【5-3】 入佛地①位하야 ②[住]自③[地]證④聖智를 ⑤[三種樂,] ⑥
[爲諸衆生, 作不思議事,] ⑦[是]名⑧[諸]如來禪이니라
선문정로 불타의 지위地位에 돈입頓入하여 여래의 성지聖智를 자증自證
함을 여래청정선如來淸淨禪이라 한다.
현대어역 부처의 지위에 진입하여 스스로 증득한 성인의 지혜와 [그
세 가지 즐거움에 머물면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생각으로 헤아
릴 수 없는 일들을 하는 것을] [모든] 여래선이라고 부른다.
[해설] 불타의 지위에 들어가 여래의 성지를 자증하는 일을 여래선이
라 한다는 뜻이다. 『능가경』의 여래선에 대한 문장을 인용한 것이다. 원
래 『능가경』은 구나발타라가 처음 번역하고(宋譯), 보리유지가 재번역하
였으며(魏譯), 실차난타가 마지막으로 번역하였다(唐譯). 이를 초역, 재역,
후역으로 구분하여 말하기도 한다.
성철스님은 이 중에서 실차난타의 번역을 인용하고 있다. 그런데 성
철스님은 위에 표시된 바와 같이 기존의 문장에서 부분적 글자만을 따
서 거의 새로운 문장을 구성하고 있다.
①의 ‘위位’ 자는 단순한 추가에 해당한다. 불지佛地나 불지위佛地位나
의미상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통해 한문 문장의 형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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