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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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정로 문問, 지금 차토此土에 선禪이 있다 하니 여하如何오. 사운師
云, 부동不動하며 불선不禪함이 즉시 여래선이니 선상禪想이 생기生起
함을 이탈하니라.
현대어역 질문 : “지금 이 땅에 선禪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것입니
까?” 스님의 답변 : “움직이지도 않고 참선도 하지 않는 것이 여래선
으로서 참선을 한다는 생각이 일어나는 것조차 벗어나 있다.”
[해설] 백장스님의 설법에서 인용한 문장이다. 백장스님에 의하면 본
래 여여한 자리에 돌아가 선을 닦는다는 생각조차 일으키지 않는 것이
진정한 여래선이다. 백장스님은 중생의 심성이 본래 원만하므로 조작을
가하지 않는 것을 수행의 첫째가는 미덕으로 삼았다. 이에 의하면 참선
을 한다는 생각조차 조작에 속한다.
그래서 유정에는 불성이 없고 무정에는 불성이 있다는 충격적인 선
언까지 한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무정불성은 나무나 돌이나 허공과
같은 것이 스스로 불성을 갖추었다는 뜻은 아니다. 일체의 현상에 대
해 취사심을 내지 않고, 취사심을 내지 않는다는 생각조차 없어 마음
에 묶이는 일이 없다면 그것이 무정이다. 나아가 취사심이 아예 없는
궁극의 자리를 만났다면 그것이 바로 여래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구경
무심으로서의 여래심에 계합하는 것이 구경원각이다. 성철스님은 이를
논거로 “마조, 백장, 황벽 때까지의 스님들은 여래선이란 명칭만 거론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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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조사선이란 말은 사용하지 않으셨다.” 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통
해 조사선과 여래선을 분별하거나 조사선을 여래선의 위에 놓으려는 이
133 퇴옹성철(2015), p.111.
제5장 무생법인 · 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