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8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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皂白하야 特地乖張이로다
선문정로 여래선과 조사선이 어찌 양종兩種이 있으리오. 암함불결媕含
不決하여 ①각각급백各各皂白을 망분妄分하여 특히 종지에 괴배乖背함
을 미면未免하는도다.
현대어역 여래선과 조사선이 어떻게 서로 다르겠는가? 분명하지 못한
모호한 짐작으로 각자 검으니 희니 분별하면 크게 어긋날 수밖에 없다.
[해설] 천泉이라는 수행자에게 내려준 원오스님의 법문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견성의 요체는 생각을 내려놓고 닦는다는 의도마저 끊어 일
체의 득실시비에 마음을 두지 않는 데 있다. 순경과 역경이 도래해도
오로지 끊고 끊어 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
간 내려놓고 끊기를 반복하다 보면 저절로 무위무사無爲無事의 자리에
도달하게 된다. 그럼에도 무위무사가 뛰어난 경계라는 생각이 조금이
라도 일어난다면 그것은 아직 아니다. 이미 하나의 파도가 일어난 것이
고, 이 파도로 인해 만 가지 파도가 연속으로 일어나 끝이 없게 될 것이
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매 순간 시비를 일으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 조
사선이니 여래선이니 하는 구분 역시 시비를 일으키는 일에 속한다. 이
에 대한 시비까지 아낌없이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원오스님
이 내린 가르침의 대강이라 할 수 있다.
성철스님은 ‘후대에 조사선이라는 말이 나와 여래선과 구별 짓고 잘
못된 견해로 우열을 논하는 자들이 생긴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이 문
장을 인용하였다. 원오스님도 조사선, 여래선을 구분하는 이들을 꾸짖
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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