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4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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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탈출치 못하니라.



               현대어역  중이 물었다. 앙산이 [향엄에게] 말하기를 “여래선은 사형이

               깨달았다고 인정하겠지만 조사선은 꿈에서도 보지 못하였다.”고 했
               는데 그 뜻이 무엇입니까? 스님이 말하였다. “뱀이 대나무 통속에 들

               어간 격이지.” 중이 말하였다. “앙산이 허물도 없이 억울하게 되었습
               니다.” 스님이 말하였다. “그대도 같이 벗어나지 못하였네.”



            [해설]  조사선과 여래선에 대한 가장 인상적인 담화가 펼쳐진 현장이

            다. 향엄스님은 처음에 백장스님에게 공부하면서 큰 인정을 받았다. 백
            장스님의 열반 후에는 사형인 위산스님 회상에서 부모미생전의 화두를

            받아 참구하였으나 제시하는 경계마다 모두 부정당하는 참담함을 경험
            한다. 더구나 위산스님은 오직 부정하기만 할 뿐 시원한 답을 내려주지

            않았다. 이에 홀로 행각하다가 남양혜충선사의 공부 터에서 세월을 보
            내게 된다.

               하루는 깨진 기왓장을 던지다가 그것이 대나무에 맞는 소리를 듣고
            크게 깨닫는다. 이에 오도송을 지어 스승 위산스님에게 인정을 받게 되

            는데, 당시 위산스님과 법좌를 반분하고 있던 제자 앙산스님이 그 깨달
            음의 진실성을 의심하여 직접 찾아간다. 그리고는 그 오도송이 머릿속

            에 기억하는 구절들을 엮은 혐의가 있다면서 새롭게 말해 보라고 한다.
            이에 향엄스님이 새로운 게송을 제시한다.



               작년 가난은 가난도 아니었고
               금년의 가난이라야 비로소 가난이라 하겠네.
               작년 가난은 그래도 송곳을 꽂을 땅은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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