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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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의 가난은 송곳조차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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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들은 앙산스님은 인용문과 같이 여래선은 깨달았다고 인
정하겠지만 조사선은 꿈에도 보지 못하였다고 판정한다. 이에 향엄스님
이 다시 노래한다.
나에게 하나의 도가 나타난 자리가 있어
눈 깜빡이는 순간에도 그것을 보네.
만약 이래도 모르겠다면
따로 사미를 부르겠네. 137
앙산스님이 이에 그 조사선의 깨달음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문장만
가지고 보자면 조사선이 여래선보다 뛰어나다는 말이 된다. 이 두 게송
을 굳이 비유하자면 앞의 가난의 노래는 진공을 드러냈고, 뒤의 눈 깜
빡이는 순간에도 도를 본다는 노래는 묘유를 표현했다. 앞은 적寂이고,
뒤는 조照이다. 그렇지만 진공과 묘유에 우열이 없고, 적과 조에 지위가
없다. 만약 여기에 우열을 매기는 일이 있다면 분별의 차원에 떨어지기
를 자처하는 일이 될 뿐이다. 그래서 성철스님은 앙산스님과 향엄스님
간의 이 문답을 ‘납승의 회호시절回互時節’로 판정했던 것이다.
①이 생략되었다. 이로 인해 ‘향엄에게 말하기를謂香嚴云’이라는 구절
에서 대화 상대인 향엄香嚴이 삭제되고 그냥 ‘앙산이 말하기를’로 바뀌
었다. 이로 인해 대화의 현장성이 사라졌다. 성철스님은 깨달음의 언어
『
136 潭州溈山靈祐禪師語錄』(T47, p.580b), “去年貧未是貧, 今年貧始是貧. 去年貧猶
有卓錐之地, 今年貧錐也無.”
『
137 潭州溈山靈祐禪師語錄』(T47, p.580b), “我有一機, 瞬目視伊. 若人不會, 別喚沙彌.”
제5장 무생법인 · 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