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8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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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이 구절을 생략한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향엄스님의 깨달음에 대
한 앙산스님의 부정, 영운스님의 깨달음에 대한 현사스님의 부정이 실
은 각자의 깨달은 경지가 둘 아님을 거듭 확인하는 회호시절의 교류였
음을 강조한 것이다.
다음으로 ②에서는 ‘나 장산치절蔣山癡絶은 오늘 용광로 앞에서 불길
을 피하지 않고 자신 있게 말하고자 한다(蔣山今日, 當爐不避火迸, 敢道)’는
구절이 생략되어 있다. 앙산스님과 현사스님의 시비를 거는 말들만 가
지고 보자면 오히려 이들이 향엄스님과 영운스님의 깨달은 냄새조차 맡
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파격에 파격을 더하는 구절이
다. 성철스님의 입장에서는 이것을 그대로 두면 치절스님의 독백투 어
투가 되살아나서 인용문이 전체 설법에 유기적으로 녹아들지 못한다.
더구나 새롭게 우열을 겨루는 논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원래 이 문장
은 선사들의 우열을 겨루는 듯한 대화의 장면이 사실은 상호 간의 찰떡
궁합을 확인하는 현장이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앙산스님과
현사스님에 대한 공격이 워낙 강하게 진행된 감이 있다 보니 자칫 새로
운 우열을 가리는 문장이 될 위험이 있다. 문제의 구절을 생략한 이유
가 되는 것이다.
【5-7-①】 佛은 無生을 爲生하고 ①[亦]無住로 爲住하나니라
선문정로 불타는 무생無生을 생生으로 하고 무주無住로 주住를 한다.
현대어역 부처는 생성 없음으로 태어나고, [또한] 머물지 않음으로 머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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