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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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는 무주를 실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요컨대 ‘무념=무상=무주’이

             다. 그러니까 성철스님은 무념정종의 법문으로 6조스님의 무념, 무상,
             무주의 3무법문을 요약하고자 한 것이다.

                6조스님은 자신을 추격한 혜명惠明스님에게 대유령 고개에서 최초의
             설법을 한다. 바로 “선도 생각하지 않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 그때 무엇

             이 그대의 본래면목인가?” 하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법문이다. 혜명스님
             은 이 법문에 크게 깨닫는다. 이렇게 바로 가리켜 보이고 바로 깨닫는

             것이 조사선의 가풍이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대부분 애석하게도 이것이 안 되므로 수행을 해

             야 한다. 드문 자질을 갖춘 수행자라 해도 그 믿음과 현실 사이의 뼈아
             픈 단층을 절감하게 된다. 그래서 수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수행의 방

             편들은 다양하지만 한결같이 선악을 생각하지 않는 자리에 몰아넣는
             일을 핵심으로 한다. 성철스님이 무념만을 택하여 돈오견성법을 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성철스님은 묵조선의 수행을 의도적인 무념의 연출이

             라고 의심한다. 해오解悟를 의심하는 것도 거기에 무심을 향한 의도적
             조작과 의미화가 개입되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화두참

             구에는 의도가 끼어들 수 없다(무념). 오로지 모를 뿐 한정하여 지향하
             는 바가 없으므로 형상에 따른 분별이 없다(무상). 간절한 의심으로 밀

             고 나가므로 머물 수가 없다(무주). 이것을 온몸으로 열심히 실천하는
             것이 화두참구이다.

                사실 수행을 열심히 한다는 말은 당장 깨닫는 돈오문에 어울리지 않
             는다. 그런데 조사선의 정통을 잇는 화두참구법에서는 간절한 마음과

             열심히 하는 태도가 큰 미덕이 된다. 그리하여 성철스님은 안 해서 그
             렇지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된다.”라고 거듭 강조하는 것이다. 열심히 무




                                                             제6장 무념정종 ·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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