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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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황본에서는 이 무념의 법(無念法)을 무념으로 당장 깨닫는 법(無念頓
法)이라 표현한다. 돈오법의 강조는 『육조단경』을 전법의 징표로 전수하
던 6조 문중의 정체성에 해당한다. 그래서 무념과 돈오법이 합쳐진 ‘무
념돈법’이라는 단어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각 유통본에서는 여기에서 당장 깨닫는다(頓)는 말을 빼고 무
념의 법(無念法)으로 표현하고 있다. 무념이란 분별을 내려놓는 일이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 당장 일어나는 일이지 의식적 수련을 통해 단련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무념법은 당장 깨닫는 법이기도 하다. 돈황본
에서 무념법과 돈법을 합쳐 한 단어로 만든 것은 그 때문이다.
무념법이나 돈법이나 모두 6조스님의 법이기는 하지만 무념돈법이라
는 표현을 버린 것은 유감이다. 작은 자아를 내려놓고 만 가지 모양으
로 드러나는 큰 나에 녹아드는 일은 연습으로 성취되지 않는다. 연습
은 진짜를 맞이하기 위한 예비적 길 닦음일 뿐이다. 인연이 익어 문득
(頓) 진짜가 도래하면 이제까지의 모든 생각, 모든 현상이 이 하나의 큰
몸(大身)을 벗어난 적이 없음을 알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글자를 생략한
것은 아깝다.
성철스님은 돈오로서의 무념을 견성, 제불경계, 구경불지로 규정한 6
조스님의 관점을 보여주기 위해 이것을 인용하였다.
그러므로 중생과 제불의 차이는 유념有念과 무념無念에 있다. 육조
가 선설宣說한 무념정오無念正悟는 구경불지이니, 즉 원증돈증圓證頓
證의 증오證悟이며 견성의 표본이다. 143
143 퇴옹성철(2015), p.127.
제6장 무념정종 · 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