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4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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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다. 요컨대 중생과 부처의 차이는 유념과 무념에 있다. 성철스님

            은 일체 망념이 다 떨어진 묘각이라야 성불이고 돈오라 할 수 있다는
            점, 등각보살도 미세번뇌가 남아 있는 그만큼 유념이므로 역시 견성,

            성불, 돈오에 들어가지 못한 중생에 속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문장을 인용하였다.

               ①의 구절이 생략되었다. ‘근본무명에서 일어나는 독력업상의 대무명
            념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모든 중생은 유념으로 나타난다(獨力業相

            大無明念, 未出離故, 則是現示一切衆生)’는 뜻이다. 그런데 성철스님은 강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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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등각도 아직 극미세망념을 미단한 고로 중생이라 하며” 의 방식
            으로 이 생략된 부분을 되살리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생략될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다만 유념=중생, 무념=부처의 공식을 설하는 것이 인용

            의 목적이었으므로 그 대비를 분명히 하기 위해 이 복잡한 설명 부분
            을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②에 ‘고故’ 자가 추가되고, ③에 ‘고故’ 자가 삭제되었다. 결
            과적으로 ‘고故’의 자리를 바꾼 셈이 되었다. 이로 인해 ‘고故’의 문법적

            기능, 문맥상의 역할이 달라진다. 원래와 같이 ③에 ‘고故’ 자를 두면 인
            용문의 앞에서 제기된 내용, 즉 일체중생을 깨달았다(覺)고 말할 수 없

            는 이유를 밝히는 기능 을 한다. 이것을 ②의 자리로 옮기면 ‘무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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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얻었으므로(故) 부처라 부른다’는 뜻이 되어 바로 뒷 구절의 이유를 밝

            히는 기능을 한다. 인용문을 원래의 문맥에서 떼어내어 『선문정로』의




             144   퇴옹성철(2015), p.127.
                『
             145   六祖大師法寶壇經』(T48, p.491b), “是故一切衆生, 不名爲覺, 以從本來, 念念相
                續, 未曾離念, 故說無始. 無明者, 卽是成立上無念義, 謂金剛已還, 一切衆生, 獨
                力業相大無明念, 未出離故. 則是現示, 一切衆生皆是有念, 名爲衆生. 一切諸佛
                得無念, 名爲佛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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