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9 - 정독 선문정로
P. 279
다. 반야지혜와 그에 의한 관조가 일어나면 깨달음과 성불은 저절로 성
취된다.
그렇다면 새삼스러운 질문이 일어난다. 반야란 무엇이고 관조란 무엇
인가? 불변의 이치와 그것의 형상적 발현이 둘 아님을 보는 것이 반야
이다. 내적 자아와 외적 대상에 간섭받음이 없이 실상을 비추어 보는
것이 관조이다. 쉽게 말해 분별을 내려놓고 본래 갖추어진 밝은 알아차
림에 돌아가 맡기는 것이 반야이고 관조이다.
결국 반야와 관조는 같은 말이다. 이것이 진정으로 실천되면 일체의
분별이 사라진다. 이렇게 말하다 보니 다시 답답해진다. 분별을 내려놓
는 일과 반야관조를 실천하는 일을 인과 관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분별을 내려놓는 일과 반야관조는 서로가 서로를 계발
시키고, 발전시키고, 완성시키는 관계에 있다. 이것이 주거니 받거니 상
승작용을 일으켜 문득 자성에 눈뜨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눈
뜨는 일을 단번에 깨달아 부처의 자리에 들어간다고 표현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내용을 설하는 앞의 인용문에서 ①과 같이 ‘정진正眞’을
‘진정眞正’으로 바꿔 썼다. 경전에서 ‘정진正眞’과 ‘진정眞正’은 진실하고 바
르다는 뜻으로 통용되는 관계에 있다. 그러므로 뜻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진정眞正’이 보다 관용적인 표현이라는 점이 고려되었을 수 있다.
【6-7】 我此法門은 ①[從上以來,] ②[先立] 無念으로 爲宗하며
無相으로 爲體하고 無住로 爲本이니라
선문정로 나의 이 법문은 무념으로 종취를 삼아서, 무상無相으로 체
를 삼고, 무주無住로 근본을 삼는다.
제6장 무념정종 · 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