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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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심이 없는 것이요, 염이라 함은 진여의 본성을 염念함이니, 진여는
즉시 염念의 본체요 염念은 즉시 진여의 대용大用이니라.
현대어역 없다니, 무엇이 없다는 것인가? 또 생각한다니, 무엇을 생
각한다는 것인가? 없다는 것은 둘로 나누어 분별하는 모양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번뇌에 묶이지 않는다는 뜻입니
다. 생각한다는 것은 진여의 본래 그러한 자성을 생각한다는 뜻입니
다. 진여는 생각의 본체이고 생각은 진여의 작용입니다.
[해설] 무념에 대한 6조스님의 설법이다. 무념을 ‘생각 없음(無念)’으로
풀지 않고 ‘없음(無)’과 ‘생각(念)’으로 구분하여 풀이하는 것은 한자 해석
학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망념이 없음(無)’과 ‘진여의 본성
을 생각함(念)’은 불이不二 관계에 있게 된다.
원래 6조스님이 우려한 바와 같이 ‘생각(念)이 없다(無)’는 뜻의 무념은
단어의 구성상 자칫 아무 생각도 없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이해될
수 있다. 성철스님은 이것을 편공偏空, 악취공惡取空에 떨어지는 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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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비판한다. 6조스님 역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百物不思), 아예 생
각을 없애는(念盡除卻) 방식의 무념은 생사의 윤회에 빠지는 일이라고 경
계한 바 있다. 이러한 점을 우려하여 인용문과 같이 무념을 망념이 없
음(無)과 진여의 드러남(念)이라는 뜻으로 새롭게 해설한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생각 없음’을 ‘없음(無)’과 ‘생각(念)’으로 나누어 설
명하는 것은 한문이기 때문에 가능한 해석이다. 생각 없음의 설법은 자
칫 없음의 측면이 강조될 위험이 있다. 그런데 이것을 ‘없음(無)’과 ‘생각
148 퇴옹성철(2015), p.132.
제6장 무념정종 · 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