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2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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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성을 드러내기 위한 조치이다. 문장의 구성상 ‘선립先立’은 무념, 무
상, 무주에 모두 적용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무념에만 적용되는 것
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 적용해도 문맥상 자연스럽지 못하
다. 사실 돈황본 등에는 ②의 ‘선립先立’의 자리에 ‘돈오문이나 점수문에
서 공히 무념을 종지로 삼는다(頓漸皆立, 無念爲宗)’는 구절이 자리잡고 있
다. 이 구절은 묘하다. 6조스님이 돈과 점을 함께 인정한 것처럼 보이는
구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철스님은 돈황본을 평설하면서 이 돈점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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漸을 생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 한 바 있다. 이처럼 ‘선립先立’은 문법
적 기능이 애매하고 엇갈리는 판본들이 있어 제반 측면에서 논의에 불
편한 점이 있다. 이것을 생략함으로써 불필요한 논의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6-8】 無者는 無何事며 念者는 念何物고 無者는 無二相이며 無
①[諸]塵勞之心이요 念者는 念眞如本性이니 眞如는 卽是②無念之
體요 念은 卽是眞如之用이니라
선문정로 무無라 함은 하사何事가 없음이며, 염念이라 함은 하물何物
을 염念하는고. 무라 함은 상대相對의 2상二相이 없으며 진로塵勞의
147 돈황본에는 이 구절이 “我自法門, 從上已來, 頓漸皆立, 無念無宗, 無相無體, 無
住無爲本”으로 되어 있어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성철스님은 이에 대해 “善知識
아 我自法門은 從上已來로 「頓漸」皆立無念爲(無)宗하야 無相爲(無)體하며 無住「無」
爲本이니라.”로 교정하여 의미가 통하게 하는 한편, 돈점에 표시를 하여 논의의
여지가 있으며 결국 생략하여야 하는 구절이라는 점을 밝혔다. 돈황본의 원문은
『南宗頓教最上大乘摩訶般若波羅蜜經六祖惠能大師於韶州大梵寺施法壇經』(T48,
p.338c) 참조. 성철스님의 교정문은 퇴옹성철(1988), 『돈황본육조단경』, 장경각,
pp.126-12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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