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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念)’으로 나누어 설명하면 진공과 묘유의 통일이 된다. 서로 보완하여
상대되는 한 측면에 떨어지지 않게 된다. 없음은 실체가 있다는 착각을
부정하고, 생각은 이 실체가 없다는 생각을 다시 부정한다. 이렇게 함
으로써 있음에 대한 집착을 끊고, 없음에 대한 집착까지 끊어 중도를
실천하는 길을 여는 것이다.
진여자성을 생각한다고 했는데 사실 생각할 수 있는 진여가 따로 없
다. 그것은 만사만물을 통해서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마거사
는 밖으로 모양을 잘 분별하되 그와 동시에 안으로 진여의 자리에서 움
직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육조단경』에는 생각 없음을 왜 가
르침의 핵심으로 삼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밝히는 다음의 문장이 제시
되어 있다.
말로만 견성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미혹한 사람들
이라 경계를 만나면 생각이 일어나고, 그 생각에서 다시 삿된 견해
가 일어납니다. 그리하여 모든 번뇌와 망상들이 여기에서 생겨납니
다. 149
바로 이렇기 때문에 이 공부는 무념에서 시작하여 무념으로 돌아가
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6조스님은 다시 진여와 생각을 본체와 작용
의 관계로 설명한다.
진여자성에서 생각이 일어납니다. 눈이나 귀, 코나 혀가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여에 자성이 있으므로 생각이 일어납니다. 만약
『
149 六祖大師法寶壇經』(T48, p.353a), “只緣口說見性, 迷人於境上有念, 念上便起邪
見, 一切塵勞妄想, 從此而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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